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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목덜미를 휘감는 차가운 비늘: 금지된 숲의 백사
※ 도시 괴담 각색 : [금지된 연못, 백사의 저주]
[공포] 목덜미를 휘감는 차가운 비늘: 금지된 숲의 백사
여름 방학 지긋지긋한 도시를 떠나 친구들과 일본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났지.
겁나 찌는 더위에 에어컨 빵빵한 숙소에서 맥주나 마시며 늘어지고 싶었지만, 친구 녀석들이 굳이 '현지 체험'을 해야 한다며 산골짜기 마을로 끌고 왔어.
마을은 낡고 고요했어. 삐걱이는 목조 가옥들, 좁다란 골목길,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꿉꿉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지. 우리가 묵게 된 여관은 다다미방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지만, 그래도 뭐, 나름 운치 있다고 생각했어.
그때는 말이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여관 주인 할머니가 뜬금없이 옛날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이 마을 뒤편 산에는 '백사의 연못'이라는 곳이 있는데, 절대 밤에는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
신령스러운 백사가 잠들어 있으니, 깨우면 큰 화를 입는다고 말이야.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했어. 그만큼 이 이야기가 이 마을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알 수 있었지.
나는 속으로 '할머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미신을 믿어요?' 했지만, 친구들은 '와, 진짜요? 소름 돋는다!'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더라.
멍청하긴, 뭐 저런 걸 믿어.
솔직히 그때는 시시하다고 생각했어. 낡은 시골 마을에서나 통할 법한 촌스러운 미신에 불과하다고 말이지.
오히려 그 '가지 마라'는 경고가 내 안의 호기심을 자극했지. 뭔데? 뭐가 있길래?
그렇게까지 강조하며 밤에 가지 말라고 하는 걸까? 내 피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어.
나는 원래 하지 말라는 건 기어이 해보고 마는 성격이었거든.
밤이 깊어지고, 우리는 술판을 벌였어. 사케 몇 잔 들어가니 다들 용감해지더라. '야, 우리 백사의 연못 한번 가볼까?' 한 친구가 던진 말에 다른 새끼들이 '미쳤냐? 할머니가 가지 말랬잖아!' 하며 말렸지. 쫄보 자식들.
나는 피식 웃으며 '쫄보들. 할머니 썰에 오줌 지릴 거면 그냥 방구석에서 쳐 자라. 나는 간다. 누가 진짜 백사 연못에 가서 사진 찍어 올지 내기할까?' 하고 도발했어. 내 객기가 하늘을 찔렀지.
결국 아무도 안 따라오더라. '그래, 혼자 간다.' 나는 랜턴 하나 들고 여관을 나섰어. 칠흑 같은 어둠 속, 숲길은 나를 집어삼킬 듯 음산했지. 풀벌레 소리만이 귓가를 때렸어. 숲은 끈적하고 습한 기운으로 가득했고, 나무 그림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것 같았어.
한참을 걸었을까, 드디어 연못이 나타났어. 달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숲 속, 물은 시커멓게 가라앉아 있었고, 주변에는 이끼 낀 낡은 토리이(신사 입구 기둥)가 위태롭게 서 있었어. 그 모습은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성역 같았지.
섬뜩했지만, 동시에 묘한 매력이 있었어. 나는 천천히 연못가로 다가갔지. 주변 공기가 한층 더 차갑고 습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어. 숲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오직 내 심장 소리만이 쿵쾅거렸어.
그때였어. 연못 한가운데, 수면 위로 무언가 하얀 것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게 보였어.
길고 거대했지.
달빛에 반사되어 비늘이 번쩍이는 순간,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거대한 몸뚱이가 물 위로 솟아오르며 희미하게 빛을 발했어.
그건 마치 살아있는 전설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충격이었다.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어. 아무리 봐도 평범한 뱀이 아니었지. 눈은 마치 깊은 심연처럼 검고, 몸통은 통나무보다 훨씬 두꺼웠어.
얼어붙은 몸을 겨우 움직여 뒤도 안 돌아보고 숲을 뛰쳐나왔어.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가 없었지. 뒤에서 뭔가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았거든.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듯했고, 숲의 음산한 바람 소리가 마치 거대한 뱀의 쉬익거리는 소리처럼 들렸어.
여관으로 돌아와 방문을 잠그고 침대에 쓰러졌어.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지. '헉, 진짜였네.' 안도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나를 덮쳐왔어.
잠이 오지 않았어. 눈을 감으면 그 거대한 흰색 몸뚱이가 아른거렸고, 귓가에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맴도는 것 같았어.
다음 날, 친구들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했어. '야, 진짜 백사 봤어! 겁나 커!' 내 말에 친구들은 '설마, 꿈 꾼 거 아니냐?' 아니면 '술 취해서 헛것 본 거겠지!' 하며 비웃었지.
아무도 믿지 않았어. 내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을 텐데도 말이야.
그들은 그저 내가 겁에 질려 과장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나는 답답했지만, 더 이상 설명할 기운도 없었지.
그날부터였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건. 밤마다 꿈을 꿨어. 시커먼 연못에 내가 빠져 허우적거리고, 수많은 비늘이 내 몸을 휘감는 꿈. 그리고 그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뱀의 '쉬익'거리는 소리.
꿈은 점점 더 생생해졌고, 나는 잠에서 깨어나도 한동안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어. 온몸이 끈적한 물에 젖은 듯한 기분으로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였지.
처음엔 꿈인 줄 알았지. 근데 현실에서도 뱀이 보이기 시작했어. 숙소 화장실 변기 옆, 신발장 구석, 심지어 내 침대 베개 밑에서도. 작고 시커먼 뱀들이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름이 끼쳤어.
어디서 나타나는 건지 알 수 없었어. 분명히 창문이나 문은 닫혀 있었는데도 말이야. 뱀들은 내가 눈을 돌린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어. 마치 나를 조롱하는 것처럼.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어.
연못에서 내가 본 그 거대한 백사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았지.
내 몸에 저주라도 걸린 건가?
설마, 그 할머니 말이 진짜였던 거야?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어.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지. 더 이상 이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어.
여행을 서둘러 마치고 도시로 돌아왔어. '이젠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지. 집 현관문 앞, 회사 사무실 책상 위, 심지어 내 차 안에서도 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이제 뱀들은 더 이상 작지 않았어. 점점 더 크고, 점점 더 많은 수의 뱀들이 내 주변을 맴돌았지. 마치 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어.
친구들은 내가 미쳐간다고 했어. '야, 너 자꾸 헛것 본다고 하지 마. 이상한 소문 퍼진다.' 결국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고립되기 시작했지.
내가 본 뱀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
그들은 내가 과대망상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며 나를 피했어. 나는 점점 혼자가 되어갔고, 그 뱀들은 더욱 선명하게 내 시야를 가득 채웠지. 마치 나만이 볼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어느 날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뱀들이 온몸을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피부가 가렵고 따끔거렸지. 거울을 보니, 내 피부에는 미세하게 비늘 같은 무늬가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늬는 더욱 선명해졌고, 손으로 만져보면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느껴졌어. 소름이 돋았지만, 벗겨낼 수도 없었지.
마치 내 피부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내 살갗은 점점 창백해지고, 손등과 팔뚝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비늘 무늬가 마치 문신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어.
차갑고 미끄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지.
내 피부는 점차 인간의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었어.
밤에는 귀에서 '쉬이이익, 쉬이이익' 하는 뱀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처음엔 환청인 줄 알았지만, 이젠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왔지.
마치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어. 밤이 되면 그 소리는 더욱 커졌고, 잠을 잘 수도 없었어.
나는 밤새도록 그 소리에 시달리며 벽에 기대어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것을 느꼈어.
젠장, 내가 왜 그때 그 연못에 갔을까.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개판이 되어버렸어.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지. 나는 이미 그 백사의 손아귀에 잡혀버린 거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를 덮쳤어. 이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
목이 말랐어. 미친 듯이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지.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어. 샤워를 해도 갈증은 가시지 않았고,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앉아 있곤 했어.
물속에서만 잠시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
결국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어.
늙은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대단한 것을 건드렸구나. 신령스러운 백사의 분노를 샀으니…' 하고 읊조렸지.
무당의 눈은 깊고 어두웠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지.
나는 무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어.
무당은 나에게 '이미 늦었어. 그대의 몸은 이미 그의 것이다. 돌아갈 수 없다.' 고 말했어.
나는 절망했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살고 싶었는데...
무당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지. 나는 그 시선에서 내게 남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나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어. 빗소리가 마치 수많은 뱀들이 기어 다니는 소리처럼 들렸지.
온몸의 비늘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았어.
집 안은 습하고 차가웠어. 마치 거대한 동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지.
나는 더 이상 인간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수천 마리의 뱀이 동시에 쉭쉭거리는 듯한, 거대하고 끈적한 목소리가 들려왔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공포가 나를 집어삼켰어.
온몸이 비틀리고, 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어. 내 피부는 끈적한 비늘로 뒤덮였고, 눈은 노랗게 변해갔지.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갔어.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었어. 내 안의 모든 것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지. 차가운 비늘이 내 영혼까지 잠식하는 듯했어.
마지막 남은 인간의 감각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그저 하나의 본능적인 존재가 되어갔어.
다음 날 아침, 내 방에선 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차가운 물기가 흥건했어.
나는 사라졌고, 침대 위에는 허물처럼 벗겨진 인간의 피부 조각만이 남아있었지.
그리고 집 안 곳곳에서 수많은 뱀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왔어.
그 후로, 그 집에서는 밤마다 기이한 쉬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못의 물비린내가 진동했다고 한다.
마치 누군가 새로운 연못을 만든 것처럼 말이야.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차가운 비늘과 끈적한 물로 이루어진, 영원히 연못을 지키는 존재가 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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