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종착역 너머의 0번 승강장

박서임 2026-08-21 13:24 조회 3

※ 도시 괴담 각색 : 심야 지하철 막차의 기록

종착역 너머의 0번 승강장

야근을 마치고 막차에 오르는 직장인들에게 지하철은 피로를 푸는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하지만 자정을 넘긴 심야의 지하철은 낮과는 전혀 다른 공기를 품고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규칙적인 쇳소리와 창문에 비친 텅 빈 객차의 모습은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을 주곤 하죠.

어느 겨울밤, 잦은 야근으로 지쳐있던 7년 차 개발자 성훈은 평소처럼 텅 빈 막차의 구석 자리에 몸을 기댔습니다.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안내 방송이 흘러나올 즈음 성훈은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보통이라면 종착역에서 승무원이 깨워주기 마련이지만, 그가 눈을 떴을 때 열차는 여전히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시계는 새벽 1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종점인 차량 기지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죠.
열차 안에는 성훈을 제외하고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득, 대학 시절 선배가 술자리에서 해준 괴담이 떠올랐습니다.

'막차에서 잠들었다가 종착역을 지나쳤을 때, 절대 창밖의 승강장을 쳐다보지 마.
그리고 누가 타더라도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돼.'

성훈은 애써 불안감을 떨치려 스마트폰을 켰지만,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라는 알림만 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끼이이익- 하는 귀를 찢는 마찰음과 함께 열차가 멈춰 섰습니다.
열차 내부의 형광등이 파박거리며 몇 차례 깜빡이더니 이내 기괴하게 늘어지는 기계음 방송이 객차 안을 채웠습니다.

"이번 역은... 귀... 귀(鬼)... 문...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반대편 스크린도어 없는 승강장 쪽 문이 스르륵 열렸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승강장은 붉은색 비상유도등만 켜져 있어 칠흑처럼 어두웠고, 출구로 향하는 계단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는 척을 했습니다.
하지만 귓가에는 너무도 선명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터벅... 터벅... 맨발이 차가운 쇳바닥에 닿는 듯한 질척이는 소리.

그 발소리는 열차에 올라타더니, 성훈이 있는 칸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발소리는 성훈의 바로 앞, 정확히 1미터 앞에서 멈췄습니다.
시궁창 같은 물비린내와 오래된 향냄새가 코끝을 찔렀습니다.
그 존재는 성훈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듯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제발... 제발 지나가라...'
숨을 헐떡이며 속으로 수백 번을 기도하던 그때, 잠잠하던 성훈의 스마트폰 화면이 밝아지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성훈은 반사적으로 실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빈 객차의 낡은 바닥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안도감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 순간, 성훈은 맞은편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등 뒤, 손잡이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기괴하게 꺾인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찾았다. 안 자네?"
여자의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열차 안의 불빛이 완전히 꺼졌습니다.

다음 날 새벽, 성훈은 종점 차량 기지의 열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그를 실어 나를 때, 발견된 성훈의 양어깨에는 누군가 강하게 짓누른 듯한 검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병원에서 깨어난 직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갔고, 두 번 다시 지하철을 타지 못했습니다.

기관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암암리에 전해지는 규칙이 있습니다.
야간 운행 중 무전이 끊기고 알 수 없는 폐쇄된 승강장에 열차가 멈춰 선다면, 절대 문을 열지 말라는 것.
만약 당신도 텅 빈 막차에서 안내방송 없는 정차를 경험한다면, 절대 창밖을 보지 말고 끝까지 자는 척을 하십시오.
당신이 눈을 뜨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그것과 눈을 맞추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지하철의 깊은 어둠 속에는, 아직 목적지를 찾지 못한 것들이 다음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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